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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문라이트 (Moonlight , 2016)


좋은 색감을 가졌지만 왕가위를 비롯해서 감각적인 영화들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느껴졌다.


영화를 보다가 결국 울었던 장면은 이별이나 재회가 아니었다.

저항하던 순간이었다.

폭력의 순간도 참았는데, 결국 건드려서는 안 될 감정적 선이 건드려지자 주체가 안 되고 터진다.

삶은 항상 그런 식이다.


평소의 나와 다르게 터져버리고, 경찰에게도 부모에게도 사회에게도 그 이유는 제대로 말하기 힘들다.

그리고 주변에선 묻는다. 

평소의 너답지 않게 왜그러니?


나는 항상 말하고 다닌다.

내가 혹여나 죽으면 나의 부모님에게 무엇을 물어도 알 수 있는 것이 없을 거라고.

그 분들이 알고 있는 나와 진짜 나는 너무도 다를 테니까.

내 일기장과 같은, 세상에서 내 진짜 얼굴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동생과 사랑하는 이뿐일 거라고.


내가 성장하는데 교사, 친구 등의 이들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세상이 품기를 꺼려하는 이들이, 나와 삶의 결이 전혀 맞지 않은 것 같은 이들이 나를 성장시키고 영향을 주기도 한다.

자신의 삶이 오히려 남들이 고개를 끄덕일만큼 정형화되어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고개를 저어야하는 순간이 아닐까.


김애란의 '서른'이 가장 많이 떠올랐다.

너는 고작 내가 되겠지, 라는 말 때문에 참 많은 날을 울었다.

당신이 그리도 좋아하던 나는 사실 썩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들키는 순간은 상상만으로도 무섭다. 


너는 세상이 봤을 때 정말 '고작'인 사람일지도 몰라.

어릴적 만났던 후안 아저씨도, 내게 처음으로 손을 내밀어준 케빈이나 말이야.

손가락질하고 '고작'인 사람일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이야, 고작이라고 부르기에는 당신들은 이미 내 삶이 되어버렸어.

너무 깊이 박혀서 빼내려고 하면 모든 것이 다 터져서 사라져버릴가봐 그냥 놔두고 살아.

그렇게 점점 더 커져.

당신이라는 사람들과 함께 했던 순간들이 말이야.

물 위에서 내 목을 바쳐주던 당신의 거대한 손이, 달빛 아래에서는 흑인아이들도 푸르게 보인다는 따뜻한 말도, 함께 바다에 있던 순간도.


나는 고작 네가 되었어.

너라는 달빛을 받아서 나는 푸른빛이 되었어.

그저 검은색이 되어서 모든 것을 어둡게 삼켜버리기만 했던 내가, 당신으로 인해서 이젠 푸른빛으로 빛나기도 해.

푸르름을 품은 밤은 자신은 검을지언정 자신을 제외한 것들을 빛나게 해주잖아.


딱히 남들이 싫엇던 것은 아냐.

그저 네가 너무 좋았던 것 뿐이야.

약쟁이의, 검은, 하지만 너무 따뜻한 당신 말이야.


너의 식당에서 함께 들었던 음악처럼, 낯선 사람이었던 당신이여, 안녕.

이젠 내 삶에서 빼낼 수 없는 당신이여, 낯설어져야 영원해지는 아이러니한 당신이여.

당신을 영원히 품으려면 멀어져야하는 것을 알기에 오늘은 여기까지.


너의 손길이 내게는 달빛이었다.

나도 모르던 내 안의 푸른 빛을 발견하게 하는.

내 이름을 불러줘.

이제 달빛을 받았으니 리틀에서 샤이론으로 자라서, 블랙에서 이제 푸른빛의 블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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