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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맹정 (盲井 , Blind Shaft , 2003)


탕과 송은 광산에서 동료 광부를 죽이고 그 죽음을 통해 사장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사기꾼들이다. 

이들이 다음 타겟으로 접근한 인물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구하고 있는 소년 유안펭밍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송은 소년이 자신의 아들처럼 느껴지고, 탕은 그런 송이 계획을 망칠까봐 견제한다.


중화권 영화를 그리 폭넓게 봐오지 못했다.

장예모, 왕가위, 두기봉, 지아장커 등 몇몇 감독의 작품만 보다가 리양 감독의 '맹정'을 보게 됐다.

간단한 줄거리만 봐도 꽤 흥미로워서 봤는데 여러모로 흥미로웠다.


일단 영화의 설정 자체가 중국사회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겠다 싶었다.

지아장커 감독의 '천주정'에서도 자본 때문에 펼쳐지는 수위가 충분히 높았기에 03년도 작품인 '맹정'의 설정이 설득력 있게 느껴졌다.

영화의 방향은 꽤나 예상가능하지만 영화의 리듬 자체가 관객 입장에서 충분히 몰입하게 만들고, 마지막에는 예상했음에도 울컥하는 지점이 있다.


주연배우들 중 소년을 연기한 왕비오창이 낯이 익어서 보니 '천주정'에서 킬러로 나왔던 배우였다.

중년의 모습으로 먼저 기억한 채로 소년이었을 당시의 연기를 보니 새로웠다.

흥미로워서 검색하다 보니 중국 예능에도 많이 나오고, 최근에는 이혼 문제로 시끌시끌한 듯 하다.

'맹정' 속 설정이 실제에 가까울 만큼 어려운 집안에서 태어났다는데, 배우로서 자리 잡고 나서 다른 문제로 갈등이 생겼다고 하니 안타깝다.


삐뚤어진 생각으로 이 영화 마지막 장면 뒤에 소년이 자신이 얻은 결과물을 보면서 악행에 눈을 뜨는 경우의 수를 상상해본다.

자신이 경험한 세계의 논리대로 행동하고, 그 세계 안에서 행한다고 당하고, 속한 세계가 악이라도 역지사지가 되는 개인들이 모인다면 그 세계는 언젠가 선으로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이 영화의 마지막이 무간지옥 같은 세계의 나쁜 고리를 끊고 새롭게 나아가는 전진이기를 바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