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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더 헌트 (Jagten , The Hunt , 2012)



영화제에서 배우상만 받은 작품들을 별로 안 좋아한다.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고 영화의 짜임새는 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헬렌 미렌에게 온갖 연기상을 안겨준 '더 퀸'이 그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더 헌트'를 통해서 매즈 미켈슨이 칸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작품보다도 연기가 돋보이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다.
딱히 보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충동적으로 신촌 메가박스에 갔다가 대부분 본 영화들이어서 '더 헌트'를 보게 되었다.

어렵고 정적인 영화일줄 알았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서사도 단순하고, 전혀 어렵지 않다.
영화의 메시지 자체가 워낙 묵직해서 지루하지도 않다.

영화의 메시지 자체가 민감하고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서, 주인공에게 몰입하다보면 화가 난다.
후반부에 가서는 가만히 있어도 손이 떨릴 만큼 화가 났다.
영화를 통해서 폭력을 경험한다는 것을 '더 헌트'를 통해서 실감하게 되었다.
이렇게까지 마음이 무거워지는 영화도 드물 것이다.

주인공인 매즈 메킬슨의 연기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를 보면서 세상 모든 기운을 품을 수 있는 얼굴이라고 느꼈다.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각본과 연출도 좋았지만, 매즈 미켈슨 덕분에 이 영화의 메시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매즈 미켈슨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입장에서 이 영화를 봤다면 아예 다른 영화로 느껴졌을 것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라서 더 무섭다.
낙인에 대한 이야기는 흔하디 흔하다.

집단이 가진 폭력.
우리가 상식이라고, 정의라고 말하는 것 대부분은 다수가 정의한 것이다.
다수가 소수를 적이라고, 악마라고 설정하면 그것은 기정사실화된다.
거짓이 사실이 되는 것, 일도 아니다.

보는 내내 가장 많이 생각한 것은 믿음에 대한 부분이다.
믿음이란 말은 긍정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 믿음보다 부정적 믿음이 훨씬 단단하고 오래 간다.
믿음이 폭력의 수단이 되는 순간, 피해자는 무척이나 괴로워진다.

내가 주인공과 같은 상황일 때, 정말 나를 절대적으로 믿어줄 사람이 존재할가.
내가 주인공의 친구였다면 주인공을 의심했을까.

난 정말 믿음이 두렵다.
믿음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대다수의 이들은 '믿음'이란 단어가 무척이나 약하기에 믿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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