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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내부자들 (Inside Men, 2015)

 

 

 

미국배우조합상이 시상하는 부분 중에 '캐스팅상'이 있다.

말 그대로 가장 좋은 캐스팅조합을 보여준 영화에게 주는 상이다.

캐스팅상의 역대수상작들을 보면 '버드맨', '아르고',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스리틀선샤인' 등 아카데미시상식의 전초전이다 싶을 만큼 흥미로운 수상작들로 가득차있다.

 

좋은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는 것은 엄청나게 큰 영화적 재미이다.

'내부자들'은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영화이다.

이병헌이 가장 좋은 연기를 보여준 작품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내부자들'이라고 해도 될 만큼 굉장히 흥미로운 역할을 맡았다.

조승우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자신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역할을 맡았다.

안 나오는 영화를 찾는 것이 더 힘든 이경영은 이번 작품에서도 악역으로 등장하고, 백윤식은 존재 자체가 장면에 무게를 더해주는 연기를 보여준다.

 

김홍파, 조재윤, 배성우, 김대명 등 탄탄한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돋보였던 배우는 '내부자들'을 통해 처음으로 본 조우진이다.

'범죄와의 전쟁'에서 김성균을 처음 봤을 때 만큼이나, 적은 분량으로도 큰 인상을 남긴다.

 

사실 우민호 감독의 전작인 '파괴된 사나이', '간첩'을 생각하며 '내부자들'에 대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다소 아쉬웠던 초기작과는 달리 좋은 영화로 나타난 박찬욱 감독처럼, 우민호 감독은 전작들의 아쉬움을 떨쳐낼 수 있을 만큼 굉장히 훌륭한 느와르정치드라마를 만들었다.

윤태호 작가의 원작의 힘이 컸을까 싶었는데, 아예 없던 검사 캐릭터를 만드는 등 영화적 각색을 잘해냈다.유일하게 존재하는 비중 있는 여자캐릭터가 다소 도구적으로 쓰인 부분, 갑작스럽게 사건이 수습되는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충분히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베테랑'과 '내부자들'이 좋은 영화임에도 '부당거래'가 더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는데, 현실에 대해 더 차갑게 말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내심 '내부자들'도 극단적으로 차갑게 현실을 보여주고 끝내주기를 바랐다.

영화적 판타지를 통해 아무리 대리만족을 느껴도, 차가운 현실 앞에서는 공허함만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어설픈 낙관과 희망은 사람을 더 힘들게 한다.

낙관과 희망조차도 자본으로 사야하는 시대이다.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 회의를 갖고, 그 안에서 투쟁하는 개인에 대한 영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과연 특수한 몇몇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 속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나갈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고민하는 순간조차도 필요한 것은 자본이다.

생존 자체가 투쟁이고 최대과제인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시스템에 대해 회의감을 품고 투쟁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판타지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