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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남한산성 (南漢山城 , The Fortress , 2017)


담백하고 건조해서 좋았다.

특히 대사.

말로 만들어내는 텐션이 이 정도인 작품은 오랜만이다.

물론 이것이 김훈의 원작 덕분인지 황동혁 감독의 재능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역사를 충실하게 그리되, 감정적으로 너무 극대화시키지 않았다.

김훈의 원작이 워낙 건조할 테니 영화의 톤은 예상됐고, 영리한 선택으로 느껴진다.

삼전도의 굴욕도 머리에 피가 나거나 하지 않고 담백하게 그려냈다.


김상헌과 최명길이 서로 인정하면서 대립하는 것이 참 이상적으로 보인다.

최명길은 대의는 삶 이후의 것이고, 김상헌은 대의가 삶을 지탱한다고 믿는다.

각자의 신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멋졌다.


김상헌이 내내 강직하게 자기 신념을 말하지만 유일하게 거짓을 말하는 장면은 어린 아이인 나루에게 민들레가 피면 돌아온다고 하는 장면이다.

대의를 위한 희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우유부단한 왕과 사대부들이 하는 짓을 보면 무능한 지도자와 정치인들이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그런 시대에 사는 서날쇠와 청의 정명수의 태도에 눈이 갔다.

시대를 살아가는 방식이 극단적으로 다르기에 자꾸 둘을 비교하게 되었다.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게 한다.

역사의 자정작용이란 그런 것이다.

답은 없지만 우린 선택을 해야하고, 그때 역사는 우리에게 힌트가 되어준다.

물론 좋은 선택의 기준을 무엇으로 잡느냐도 나의 선택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