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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굿바이 싱글 (GOODBYE SINGLE , 2016)

 

개성 있는 영화제작사가 등장한다는 것은 관객입장에서 무조건적으로 환영할 일이다.

최근 '광화문시네마'의 행보는 주목할만하다.

 

'굿바이싱글'을 주목한 이유 또한 광화문시네마에서 주로 활동한 김태곤 감독의 첫 상업영화이기 때문이다.

김태곤 감독은 연출작인 '1999,면회'로 기존에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색깔의 영화를 보여주고, 그가 제작과 각본으로 참여한 '족구왕'은 최근 독립영화 중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다.

 

'굿바이싱글'은 개성이 강한 영화는 아니다.

김태곤 감독의 색깔이 따로 느껴지지 않는, 충무로에서 잘 기획된 영화 중 하나 정도로 느껴진다.

특히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에 있어서 작위적인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인물들이 관계가 가장 중요한 영화인데 관계가 형성되고 해결되는 방식에 있어서 무책임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굿바이싱글'은 매력적인 영화이고 그것은 전적으로 배우들 덕분이다.

김혜수의 푼수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고, 귀여운 마동석을 보는 것도 즐겁다.

신파적이고 사족이다 싶은 대사가 많음에도 배우들 덕분에 그럭저럭 넘어간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안재홍은 짧게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광화문시네마와 안재홍의 호흡은 언제나 옳다!

 

중학생 역할로 등장하는 김현수의 연기가 가장 돋보였다.

배우가 의도하지 않아도 드러나는 분위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어린 배우들을 보면서 특히나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배우들에게 있어서 타고난 영역이란 결국 분위기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미혼모 문제에 대해 잘 풀어낸 영화라면 제이슨라이트먼의 '주노'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굿바이싱글'은 심각한 문제에 대해 경쾌하게 풀어내려 했으나, 거대한 기획의도를 쉽게 풀어내기 위해 필요했던 심오한 고민 대신 쉬운 결정을 선택했다는 아쉬움이 느낀다.

결국 영화의 최종점 지향점은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처럼 새로운 유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다행히도 응원하고 싶은 캐릭터들 때문에 어색한 부분은 넘겼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 잔매력들이 많았던 만큼 더 아쉬운 것 같다.

신파를 만들 때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클리셰에 가까운 악역을 투입하고 고역스러운 순간으로 인물을 갑자기 밀어넣고 연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아무리 봐도 너무 폭력적이다.

그렇게 얻어낸 관객의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폭력에 대한 공포로 얻어낸 눈물이다.

그것이 과연 가치 있는 눈물일까.

 

'굿바이싱글'이 관객들에게 진짜 눈물을 주는 지점은 영화가 억지로 힘줘서 울라고 강요하는 부분이 아니라, 아무 대사도 없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기를 바라는 모습을 행동으로 살며시 보여주는 부분들이다.

아예 기타노다케시의 '하나비'처럼 영화의 중요포인트 중 하나인 그림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좋은 메시지를 가진 영화가 나름의 매력을 가지고 손익분기점도 넘겼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소식이다.

김태곤 감독의 차기작은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