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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이야기

나쁘다 1. 위악 나는 나쁜 사람입니다. 이 말 앞에서는 할 말을 잃는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 앞에서 더 이상 무슨 원망을 하겠는가. 위악보다 위선이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위악이 나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2. 절대적 이런 종교입니다. 이런 정치관입니다. 이런 관계입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마치 불가침영역인 것처럼 존중하는 영역이 있다. 영원한 화두이기도 한 영역들. 이런 사랑입니다. 반면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서는 썩 존중하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것들과 달리, 사랑에 대해서 말 할 때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단 자기신념을 말하기 바쁘다. 사랑도 그저 취향의 문제가 되어버린 것일까. 3. 연말 4월이 되어서야 연말 이야기를 쓰다니. 당시 신문사 일을 하고 있었고, 취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 더보기
취향 1. 취향 사람은 떠나고 취향은 남는다. 나는 나를 스쳐지나가는 이들의 취향이 섞여서 만들어진 존재이다. 나란 사람의 개성은 철저하게 타인의 흔적이다. 누군가의 음악, 누군가의 영화, 누군가의 문학이었던 것들이 이젠 처음부터 내 것이었던 것만 같다. 누군가의 흥얼거림에서, 누군가가 지나가며 했던 말에서, 누군가가 책상 위에 적은 메모에서 시작됐다. 이런 것들이 나란 사람의 뿌리다. 이젠 내 안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자가증식을 해나간다.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내 뿌리의 끝이다. 내 취향의 시작점은 어디일까. 지금쯤 완전히 흡수되거나 부서진, 내 취향의 시작점은 언제일까. 임청하에서 왕가위로 넘어갔던, 문학반선생님에서 김영하로 넘어갔던, 김동률에서 칸예웨스트로 넘어갔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그 사이의 간극은.. 더보기
징후들 1. 보고 싶고 궁금해 '보고싶다'와 '궁금하다'가 동의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알고보니 둘은 전혀 다른 성질의 말이었다. 내가 보고싶어했던 것과 궁금해했던 것은 꽤나 많이 달랐다. 2. 나 '어떤 사람인가요?' 제품설명서처럼 나의 속성에 대해 설명해야하는 순간이 오면 당황스럽다. 정의되는 것도 싫고, 시시각각 바뀔 나 자신을 가둬놓는 것도 싫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사람이지'라고 믿고 있던 몇 가지가 있다. 그런데, 틀렸다. 전혀 아니었다. 틀렸다는 것을 알고도 아닌 척 하고 말하고 다녔다. 다자이오사무의 '인간실격'에 나오는 요조처럼 익살을 부리면서 사느라 진짜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사는게 아닌가 싶다. 내가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당황스럽다. 진심인척.. 더보기
바닥 1. 바닥 서로 바닥을 친 관계라면,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 바닥을 쳤다는 것은 애증의 관계라는 뜻이기도 하고, 미안함이 함께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미련조차 없을 만큼 바닥을 쳐버렸기에 얼마든지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 행복을 빌어주는 것을 관계의 마지막으로 하는 것은 좋은 합리화 도구이기도 하다. 미련이 남은 관계에 대해서는 절대로 행복을 빌지 않는다. 바닥을 치지 못한, 나의 애정이 남아있어서 미련으로 끝이 난 관계에 대해서 불행을 바랐으면 바라지, 결코 행복을 바라지 않는다. 내가 아닌 누군가로 인해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는 것은 쿨한 게 아니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소유욕으로 인해 눈이 멀게 되는 것이 미련의 가장 큰 증거일 것이다. 이규호가 가사를 쓴, 윤종신의 '몰린'이라는 곡이 자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