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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

트윈 픽스 (Twin Peaks: Fire Walk With Me , 1992) '트윈픽스' 드라마를 안 본 상태로 보면 이해하기 힘든 구성으로 된 영화다.드라마의 프리퀄에 해당하는데, 드라마를 좋아했던 이들을 위한 팬서비스에 가까운 영화다.별 비중 없이 까메오에 가깝게 나오는 인물들에 반가워하기 위해서라도 드라마를 먼저 봐야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트윈픽스'는 죽은 로라에 대한 이야기지만 정작 로라의 이야기는 대부분 타인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아예 노골적으로 로라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드라마를 본 이들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친절하게 풀어서 설명해준다.썩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드라마의 요약본이 되지 않은 것은 좋지만, 드라마에서 충분히 나온 정보를 굳이 이렇게 친절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아무리 생각해도 팬서비스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물.. 더보기
트윈픽스 시즌2 (Twin Peaks 2 , 1990) 데이빗 린치의 영화를 거의 다 봤기 때문에 그에 대해 많이 한다고 생각했으나, '트윈픽스' 시리즈가 그의 절반 이상은 될 것으로 예상될만큼 인상적이었다.모든 인물들을 연결하는 넓은 세계관을 비롯해서 비현실적인 요소를 매혹적으로 다룬다.시즌1은 사건을 꼼꼼하게 해결해나가는 재미였다면, 시즌2는 이론으로 설명 못할 세계로 우리를 끌어당긴다. 데이빗 린치의 붉은 방은 그의 세계를 잘 압축해서 보여준다.분명 위험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세계.그가 가장 잘 다루는 욕망은 우리가 영화를 보게 하는 이유기도 하다. 시즌3가 나와서 보기 시작한 시리즈인데, 시즌3가 어떨지는 모르지만 시즌1,2와는 달리 모든 편을 자신이 다 연출했기 때문에 그의 차기작에 대한 기대를 단숨에 충족시켜줄 것이라고 기대해.. 더보기
거인 (Set Me Free , 2014) '여교사'를 먼저 보고 몇 달이 지난 뒤에 '거인'을 봤다.'거인'을 먼저 봤다면 '여교사'에 대한 아쉬움이 더 컸겠다 싶을 만큼, '거인'은 좋은 영화다. 한 소년이 있다.가정으로부터 도망나왔지만, 도망칠 수 밖에 없을 만큼 절망적인 가정이지만 그래도 언젠가 나아져서 돌아갈 보금자리일 것이라고 희망을 건다.나쁜 것은 나아지지 않는다는 충고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그 희망조차 없다면 지금의 전진을 버텨나가기 힘드니까. 소년의 몸은 점점 커진다.작았던 소년에게 갔던 관심이나 보호는 점점 줄어든다.저 소년은 이제 몸이 큰 거인이 되었다.거인은 보호하지 않아도 된다.한 번도 보호받지 못했던 소년은 보호받지 못하는 소년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거인이 된다.우는 소년에서 우는 거인이 되었다. 소년은 나쁜 짓을 저지르.. 더보기
장고 (Django Unchained , 2012)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를 보면 놀라운 순간이 많다. 일단 그는 완전하게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훨씬 관심이 많다.그 덕분에 수많은 오마쥬가 아주 노골적으로 묻어난다.그의 각본 속 긴 수다들은 분명 영양가도 없고 영화의 개연성에도 별 상관이 없음에도 그 대화 자체를 자꾸 곱씹게 되는 불량식품 같다.엄청나게 많은 인물과 고유명사들이 나오는데, 타란티노처럼 고유명사의 힘, 인물에 이름을 부여한다는 것의 의미를 잘 아는 이가 있을까 싶다.대화만으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것에 있어서는 그가 영화역사를 통틀어서도 최고일 것이다. '장고'는 타란티노의 팬이라면 예상할 장면과 전개로 가득하다.그는 자신이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어버렸다.글을 쓰다 보면 인물들이 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