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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9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 2016) 프리랜서를 준비했던 시절이 있다.그때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자본주의 안에서 어떻게 자존감을 길러야할지에 대해 가장 크게 고민하던 때였으니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나 자신에게 떳떳하지 못하다는 거였다.한 해의 결심을 나 자신에게 떳떳하기, 라고 말할 만큼.기억의 이익을 위해 나 자신에게 비겁해지거나, 내가 업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 누구도 불행해지지 않기를 바라다가 결국 포기했으니까. 결국 이것은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적을 어떻게 내가 혼자이기겠는가.결국 답은 연대에 있다.다르덴 형제의 '로제타'의 마지막 장면에 대한 구원으로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시작한다. 내겐 이 영화가 일종의 선서처럼 느껴졌다.나도 이 선서 같은 영화에다가 손을 올리고 함께 선서했다.나 .. 더보기
겟아웃 (Get Out , 2017) 내게 '겟아웃'은 잊을 수 없는 영화다.왜냐하면 맘고생하던 곳과 계약이 끝난 날에 극장으로 달려가서 본 영화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그래서 그런지 내게는 엄청나게 감흥이 큰 영화는 아니었다.아마 평화로운 상황에서 봤다면 좋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미 내 마음은 혼돈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큰 순간에 봐서 그런지 영화의 전개가 당연하게 느껴졌다.그래, 사람은 믿으면 안 되는거야.저것보다 더한 끔찍한 생각도 했던 것 같아. 역시 건강하게 살아야 영화도 재밌게 볼 수 있다.그래서 회사에서 겟아웃! 부디 평화롭게 영화보면서 겟아웃은 영화 속에서만 목격할 수 있는 삶을 오래오래 살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더보기
기프트 (The Gift , 2000) 샘 레이미 감독에 케이트블란쳇과 키아누리브스까지 좋은 영화일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빌리밥손튼의 각본은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답게 컬트영화로서의 매력은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작위적인 설정들이 많다. 최근에 봤던 샘 레이미의 '오즈 그레이트 앤드 파워풀'도 별로였는데, 이블데드와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샘 레이미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 갑자기 걱정이 된다. 더보기
아이 캔 스피크 (i Can Speak , 2017) 꼭 필요한 소재라는 것이 있다.그 소재를 다큐가 아니라 극영화로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짜임새가 필요하다.'아이 캔 스피크'는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잘 만든 영화다.소재에 끌려다니는 것도 아니고, 불필요하게 과잉시키지도 않는다.오히려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위트가 묻어나서 더 좋은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나문희의 연기는 알고도 울게 된다.분명 그녀가 관객을 울릴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해도, 담담한 그녀의 표정과 말투 앞에서 버틸 수 없다. 소재를 핑계로에 고통스러운 장면을 전시하듯 보여줬던 과잉된 연출의 영화는 이 영화 속 담담한 나문희의 표정을 보면서 배웠으면 좋겠다.적어도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든다고 하면 톤에 있어서는 절제가 반드시 과잉을 이긴다.도구적으로 상처를 사용하는 영화나, 소재가 가진 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