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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4

여교사 (MISBEHAVIOR , 2015) 결국 모든 영화는 계급과 욕망에 대한 이야기다.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들이 충돌하면서 계급이 생긴다.그러므로 우리가 목격하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는 욕망과 계급의 역사가 실시간으로 펼쳐진다. 2016년 내게 최고의 영화는 이경미 감독의 '비밀은 없다'였다.김태용 감독의 '여교사'는 영화 절반부까지만 해도 '비밀은 없다'에 버금가는 여성영화일 것이라고 기대하게 만들었다.두 여성이 어떤 연애를 이룰지, 어떤 기적을 보여줄지가 궁금했다. 문제는 신선하고 좋은 설정의 캐릭터들과 상황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치정극이 되면서 극이 무너진다.애정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의 계급과 욕망이 너무 손쉽게 막혀버린다.무척이나 아쉬운 영화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이 영화가 치정을 선택한 순간 모든 좋았던 순간들이 휘발하고 뻔한 극이 되.. 더보기
부산행 (TRAIN TO BUSAN , 2016) 연상호 감독의 전작들을 통해서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 특히 공동체의식의 결여에 대해 말해왔다.'부산행'은 잘 만든 장르영화인 동시에 짙은 은유가 들어간 작품이다.봉준호 감독의 '괴물'이 떠오른 이유는 영화 속 괴물이 맥거핀이라고 할만큼 큰 주제에 대한 은유이지만 표면적으로는 일종의 재난영화로 관객을 만족시킨 것처럼, '부산행'도 좀비를 내세우지만 그 안의 은유는 좀비물로 치부하기에는 결코 가볍지 않다. 생존을 위해 뛰는 가장의 모습을 은유적으로 묘사한 김애란의 단편 '달려라,아비'가 떠올랐다. '부산행'에서도 부성애를 위해서 뛰는 아버지들은 결국 각종 장애물들로 인해서 비극을 향해 달리게 된다.자본주의 사회가 만든 '경쟁'이라는 이름의 병은 한 때는 누군가의 가족이었던 이들을 좀비로 만든다.그들은 서로.. 더보기
밀정 (The Age of Shadows , 2016) 여전히 김지운 감독의 최고작은 '달콤한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김지운 감독은 모든 장르를 자신의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스타일리스트다. 빽빽한 서사 대신 이미지로 극의 흐름을 가져갈 수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인물들의 밀도가 그리 높지는 않다. 설명 안 되는 부분도 무척이나 많다. 하지만 김지운 감독의 영화는 서사보다 분위기에 집중할 때 가장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김지운 감독은 차가운 정서를 다룰 때 가장 빛이 난다. 송강호는 뜨거운 모습보다 차가운 모습에 능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그렇기 때문에 김지운과 송강호의 호흡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병헌, 박희순은 특별출연이라기에는 반칙이다 싶을만큼 인상적이었다. 엄태구는 명백한 이 영화의 최고발견이다. 폴토마스앤더슨의 '데어윌비블러드'에서.. 더보기
미 비포 유 (Me Before You , 2016) 각본에 스콧 뉴스타드터, 마이클 H웨버가 참여했다. 이 두 사람은 이전에 '500일의 썸머'와 '안녕, 헤이즐'에도 참여한, 로맨틱코미디에 능한 각본가들이다. '미비포유'는 국내에서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내게는 마냥 작위적으로 느껴진 영화이다. 안락사와 사랑이라는 두 테마 중에 하나에 방점을 찍었어야 했다.물론 안락사에 집중한다고 해서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의 '씨인사이드'가 되거나 사랑에 집중한다고 해서 각본가들의 전작인 '500일의 썸머'나 '안녕,헤이즐'의 정서가 느껴질지는 모르겠다. 엔딩에서 남자의 선물은 그 가치를 낭만으로 포장하기에는 너무 현실적이고 자본 안에 귀속되어 있다.물론 좋았던 장면들이 있다.결혼식장에서 휠체어에 함께 앉아서 춤을 추는 장면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모두들 자신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