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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03

논픽션 다이어리 (Non-fiction Diary , 2013) 이렇게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다큐멘터리는 오랜만이다. 한국근현대사를 보여줄 때 '그때 그 사람들',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등과 함께 보여준다면 한국근현대사의 주요키워드가 손에 잡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인상적이다. 영화는 지존파 사건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납치하고 돈을 요구하고, 경찰에 잡히자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던 지존파 사건 말이다. 그들의 악행은 악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의 문제는 대부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개인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현미경으로 하나의 사건을 깊이 있게 바라본 뒤에, 그 관찰에서.. 더보기
아버지의 이메일 (My Father's Emails , 2012) 아버지와 잘 지내다는 것, 그것은 내게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다. 개인적 노력의 순간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시스템 안에서 아버지와 자식이 친해지기는 무척이나 힘들지 않나 싶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홍재희 감독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통해 전개되는 다큐멘터리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통해 아버지 개인의 삶을 넘어, 한국근현대사를 통찰해보게 된다. 한 개인을 관찰하는 것은 한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한 개인의 삶에는 그 시대가 촘촘하게 박혀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를 이해하는 순간이 늘어나고, 아버지의 순간들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순간 또한 많다. 한국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지점보다도, 홍재희 감독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순간들이 멋지게 느껴졌다. 왜 살.. 더보기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 (Alive Inside , 2014) 획기적인 다큐멘터리다. 다큐멘터리는 얼마나 탁월한 주제를 선정하냐가 중요하고, 그런 면에서 '그 노래를 기억하세요'는 굉장히 잘 기획된 다큐멘터리다. 치매 환자들이 음악을 듣고 반응하는 것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들이 음악에 반응하는 모습은 경이롭다는 말 이외에는 딱히 설명할 길이 없다. 인구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과, 그 문제의 해결방식으로 음악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이 굉장히 통찰력 있는 선택으로 느껴졌다. 세상은 모두 '어른'을 기준으로 삼는다. 아이들이 소중한 것은 어른이 되어 사회를 지지해줄 것이기 때문이고, 노년층은 어른들이 부양해야할 대상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운 대상이자 사회적 문제로 인식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 모든 이들은 늙고, 노인이 된다는 것이다. .. 더보기
리얼 술래잡기 (リアル鬼ごっこ , Tag , 2015) 소노시온의 '자살클럽'은 지금도 손에 꼽을만큼 걸작이다. 그의 영화가 좋은 이유는 그가 극단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적당한 타협을 한 범작보다 극단을 보여준 괴작에 더 마음이 간다. '리얼술래잡기'는 '자살클럽'만큼이나 임팩트 있게 시작한다. 소노시온의 낙인을 초반부터 찍고 시작한다. 개연성에 있어서 관객을 만족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다. 완벽하게 개연성을 고려해서 설계하거나, 개연성을 따질 여지도 없이 휘몰아치거나. 소노시온은 후자에 능한 감독이다. 캐리멀리건을 닮은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난 일본인배우 트린들레이나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역할 자체가 거의 울다가 끝나서 아쉽지만 새로운 얼굴이기에 앞으로의 필모그래피를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서사에 있어서 빈틈이 많고, 비약도 심하다. 해석에 있어서 끼워맞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