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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

비밀은 없다 (The Truth Beneath , 2015)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게 2016년 최고의 영화이다. 올해에 인상깊었던 '곡성'과 '사울의 아들'은 굉장히 훌륭하지만 감정적으로 완벽하게 빠져들었던 영화는 아니다. '비밀은 없다'는 보는 내내 짜임새를 뛰어넘어서 완벽하게 젖어들었던 영화이다. 흥행에서 안타까운 모습을 보여줬고, 관객들과 평단의 호불호도 명확하게 갈렸고 왜 그런지도 이해된다. 이경미 감독의 차기작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컸다. 그녀의 단편인 '잘돼가? 무엇이든'과 데뷔작 '미쓰 홍당무'는 내게 걸작까진 아니어도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충무로에서 전혀 볼 수 없던 새로운 색을 가졌단 것만으로도 그녀의 영화는 특별하다. 항상 여성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두고 사회문제에 대해 짜임새있게 위트있는 분위기로 끌어간다는 것은 엄청난 능력이다. 심지어 가끔 다.. 더보기
나의 소녀시대 (我的少女时代 , Our Times , 2015) 이런 영화를 설명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짜임새에 있어서는 빈틈 투성이다. 클리셰로 가득하고, 작위적인 전개, 과잉된 대사들. 그래서 더 무서운 영화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노골적임에도 마음을 빼앗기에 된다. 수많은 단점들을 보듬을 수 있는 거대한 매력을 가진 영화이다. 우리 주변에서도 오히려 이렇게 단점이 뻔히 보여도 큰 매력 앞에 마음을 뺏길 때가 많지 않던가.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하다고 우기는 영화들이 있다. 야망은 큰데 짜임새도 진심도 부족한 아트필름(을 지향하지만 실패한) 영화들의 태도가 대부분 그렇다. '나의 소녀시대'는 솔직함이 미덕인 영화이다. 감독조차도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듯한 태도가 영화에 묻어난다. 제작자인 유덕화의 안목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청춘영화인만큼 두 배우의 .. 더보기
논픽션 다이어리 (Non-fiction Diary , 2013) 이렇게 놀라운 통찰력을 가진 다큐멘터리는 오랜만이다. 한국근현대사를 보여줄 때 '그때 그 사람들', '박하사탕', '살인의 추억' 등과 함께 보여준다면 한국근현대사의 주요키워드가 손에 잡히지 않을까 싶을만큼 인상적이다. 영화는 지존파 사건으로 시작된다. 사람을 납치하고 돈을 요구하고, 경찰에 잡히자 더 많은 사람을 죽이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던 지존파 사건 말이다. 그들의 악행은 악마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영화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개인의 문제는 대부분 사회 시스템 속에서 만들어진다. 죄를 지을 수 밖에 없는 시스템 속에 개인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논픽션 다이어리'는 현미경으로 하나의 사건을 깊이 있게 바라본 뒤에, 그 관찰에서.. 더보기
아버지의 이메일 (My Father's Emails , 2012) 아버지와 잘 지내다는 것, 그것은 내게 거의 불가능의 영역이다. 개인적 노력의 순간도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시스템 안에서 아버지와 자식이 친해지기는 무척이나 힘들지 않나 싶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홍재희 감독이 아버지로부터 받은 이메일을 통해 전개되는 다큐멘터리다. 아버지의 이메일은 통해 아버지 개인의 삶을 넘어, 한국근현대사를 통찰해보게 된다. 한 개인을 관찰하는 것은 한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한 개인의 삶에는 그 시대가 촘촘하게 박혀있다. 나이를 먹으면서 아버지를 이해하는 순간이 늘어나고, 아버지의 순간들을 통해 한국사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순간 또한 많다. 한국근현대사의 비극적인 지점보다도, 홍재희 감독이 아버지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순간들이 멋지게 느껴졌다. 왜 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