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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

사울의 아들 (Saul fia , Son of Saul , 2015) 왓챠 어플을 사용한 이후로 안 좋은 습관이 생겼다. 영화를 보는 내내 몇 점 줄지 계속 계산하게 된다. 왓차 어플을 사용하면서 매기는 4.5점과 5점의 차이는 뭘까. 좋은 짜임새를 가졌으나 분석하게 되고 프레임 밖을 떠올리게 되면 4.5점을 주고, 짜임새가 좀 헐겁더라도 완전히 몰입하고 프레임 속에서 체험을 하게 되면 5점을 주는 것 같다. '사울의 아들'은 영화적으로 훌륭한 선택을 한 영화다. 덕분에 보는 내내 영화의 짜임새에 대해 생각했고, 러닝타임 막바지에 가서야 비로소 몰입할 수 있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시체처리반에서 포로 신분으로 일하는 사울이 어느날 자기 아들의 시체와 마주하게 된다. 자기 아들의 시체를 소각시키지 않고, 장례를 치뤄주기 위해 사울은 노력한다. 아우슈비츠에 대한 영화는 넘치.. 더보기
데드풀 (Deadpool , 2016) 웃고 싶었다. '데드풀'을 선택한 이유다. 유머코드가 자신에게 얼마나 맞냐에 따라 호불호가 가릴만한 영화다. 비슷한 히어로영화라고 할 수 있는 '앤트맨'이 훨씬 영리하고 선택을 잘한 영화라고 느껴졌다. 오히려 성인등급이고 독자와 대화를 나눈다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 못한 것이 아쉽다. 어차피 히어로영화의 기승전결은 거의 정해져있기에, 최대한 과감하게 나가면 좋았을 것 같다. 라이언레이놀즈 하면 '베리드'부터 떠오른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좋은 영화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데드풀'은 그에게 좋은 만회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엑스맨 시리즈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위트 정도를 바라고 '데드풀'을 보는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 시리즈에서는 좀 더 작정하고 막나갔으면 좋겠다. 더보기
떠돌이개 (郊遊, Stray Dogs, 2013) 영화소개 한 줄을 보고 끌렸던 경험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은 감독이나 배우들로 인해 영화를 본다. '떠돌이개'는 한 줄의 소개를 보고 끌린 영화다. 이런 경우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인간 광고판이 되어 일하는 남자의 이야기'라는 소개를 보고 단숨에 끌렸다. 게다가 감독이 차이밍량이다. 외로운 대만의 풍경이 절로 떠올랐다.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보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떠돌이개'를 봤다. 20년 가까운 세월의 차이를 둔 영화다. '애정만세'에서 애띤 얼굴을 하고 있던 이강생은 늙어 있었다. 침대 위에 잠든 남자에게 살며시 다가가 입을 맞추던 이강생은, 가장이 되어 두 아이를 위해 표지판을 들고 있었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배우 이강생의 20년이 어떤 시간이었을까라.. 더보기
앤젤스 셰어:천사를 위한 위스키 (The Angels' Share, 2012) 세계지리를 따로 배우지 않았다. 내가 그려낸 지도는 문화를 통해서 그 모양을 갖춰나갔다. 축구, 문학, 영화, 음악 등 내가 접하는 문화를 통해 그 국가의 모습을 상상한다. 내게 스코틀랜드는 축구감독 퍼거슨과 영화감독 켄로치로 이뤄져있다. 셀틱과 레인저스의 축구를 실제경기보다 켄로치의 영화 속에 묘사된 모습으로 기억하고 있다. 잉글랜드에 대해 떠올리면 워킹타이틀사가 만들어낸 낭만적인 장면들이 떠오르는데, 스코틀랜드에 대해 떠올리면 켄로치가 그려낸 빈민가의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켄로치와 호흡을 맞춰온 폴패러비티의 각본은 역시나 안정적이다. 칸영화제에 처음 공개됐을 때부터 유쾌한 영화라고 해서 기대하며 봤지만, 오히려 보는 내내 너무 가슴 졸이고 봐서 스릴러영화를 본 기분이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주인공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