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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

루싸이트토끼 - 내가 새라면 내가 새라면 네 방 창문과 너무 가깝지 않은 나무 위에서 지저귀겠어 어렴풋이만 내가 온 걸 기분 좋게 느낄 수 있게 내가 바람이면 무더운 날 고개 숙이고 비척이는 네 뺨 위를 스쳐가겠어 신선한 기운에 다음 걸음을 즐거이 내딛을 수 있게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내가 햇살이면 무섭게 쏟아지는 비 뒤를 바짝 쫓아 달리다 그 비가 그칠 즘 천천히 걸어 네 등에 살며시 닿겠어 두렵고 힘들었던 시간이 다 지났단 듯 아마 모를 거야 내가 얼마나 네게 특별한 무언가이고 싶은지 아마 넌 모를 거야 난 너무나 잠시 머무르니까 너무나 말이 없으니까 아마 모를 거야 네가 얼마나 내게 특별한 무언가가 되었는지 아마 넌 모를 .. 더보기
베테랑 (Veteran, 2015) CGV압구정에서 마지막으로 봤던 영화는 '지슬'과 '비념'이었다. 오랜만에 CGV압구정을 찾았고, 영화 '베테랑'을 보게 되었다. '부당거래' 전까지의 류승완 감독은 여러 장르 안에서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항상 액션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그의 영화는 장르적 특성에 충실했다. 그런 그의 영화 중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주먹이 운다'가 인상적이었고,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액션이 아니라 드라마 때문이었다. 그가 액션의 합을 어떻게 짜느냐보다는, 어떤 온기를 가진 드라마를 보여주냐가 내게는 훨씬 더 흥미롭게 느껴졌다. '부당거래'는 류승완 감독의 전기와 후기를 나누는 분기점이라고 생각한다. '악마를 보았다'의 각본을 쓴 박훈정 작가의 각본으로 만들어진 '부당거래'는 사.. 더보기
인사이드아웃 (Inside Out, 2015) 여전히 내게 픽사 최고의 영화는 '토이스토리3'이고, 최고의 장면은 '업'의 전반부에 등장한다. 물론 '인사이드아웃'도 좋은 영화임에 틀림없다. 재밌게 보고 있는 웹툰인 '유미의 세포들'과도 비슷한 설정을 가진 영화이다. 픽사의 애니메이션을 보고 결국 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픽사는 항상 유년기와 아름답게 이별하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우리는 유년기를 그저 흘려보낼 뿐,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제대로 된 작별인사를 건넨 적이 없었는지 도 모른다. 그런 우리들에게 빙봉의 마지막 인사는 기억 한 켠에 묻어둔 유년기와 정면으로 마주하고 나눈 인사이기에 더욱 울컥하게 한다. 슬픔, 기쁨 등 사람의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까. 사람의 감정에 대한 수많은 공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