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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0

드라, 막 1. 드라마 삶이 공허할수록 드라마나 영화에 의지하게 된다. 2. 라인업 매년 이 시기에 제일 가슴 떨리는 순간은 부산국제영화제 라인업이 공개되는 것이다. 쟁쟁한 감독들의 신작 라인업. 항상 학기 중에 개막하기에, 부산국제영화제는 여태껏 한 번 밖에 못 가 보았다. 그때도 연극 끝나고 밤새 뒤풀이하고 버스에서 실신한 상태로 가는 길이었기에 애초에 힘겹게 영화예매하는 것은 포기하고 식도락 여행을 했다. 그 당시 함께 부산에 간 이들은 알고 있었다. 이런 조합으로 우리가 다시 여행을 갈 일이 없을 것이라는 걸. 엄청 친한 친구들이 아닌데 그렇게 충동적으로 여행간 것도 처음이었고, 몹시 재밌었다. 다음이 없을걸 알아서 그랬을까. 어쨌거나 부산국제영화제에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씨네21에 나와있는 영화제 라인.. 더보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Silver Linings Playbook , 2012) 우울할 때 찾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사에 남은 걸작은 아닐지라도, 보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들. '하나와 앨리스', '스윙걸즈', '미스리틀선샤인' 같은 영화들이 내게는 그런 영화들이다. 그리고 이제 영화 하나를 추가해야할 것 같다. 바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이다. 워낙 제니퍼로렌스를 좋아해서 보게되었다. 데이빗O러셀 감독은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데 도가 튼 배우이다. 오스카상을 받으려면 데이빗O러셀 감독을 찾아가는게 좋겠다고 느낄 만큼. 데이빗O러셀 감독의 영화답게 스토리는 단조롭지만, 생기 넘치는 인물로 인해서 극 전체가 생동감 있게 느껴진다. 권태로운 연애 동안 함께 수백번 걸었던 산책길이 단조롭게 느껴지다가도, 새로운 연인과 걸으면 설레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다. 데이빗O러셀의 영화는 배우 .. 더보기
설국열차 (Snowpiercer , 2013) 혁명은 역사의 기관차다. 마르크스가 했던 이 유명한 말을 영화화한 것이 '설국열차'가 아닐까 싶다. 김영진 평론가의 글에서도 나온 말인데, 봉준호는 인터뷰에서 자신의 영화가 목적지를 거짓으로 알려주는 버스와 같다고 말한 적이 있다. A에 간다고 승객을 태우고서 B에 내려준다. 승객들은 불평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가는 도중에 봤던, 도착하고 본 풍경에 얼이 빠져서 운전기사의 거짓말을 용서해줄 뿐만 아니라 감동하기까지 한다. 사실 봉준호가 했던 이런 말들은 전작들에서 훨씬 더 잘 지켜졌다. '설국열차'는 감독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노선을 훨씬 예상하기 쉽다. 특히 막판에 커티스와 남궁민수가 나누는 대화는 봉준호의 시나리오가 맞나 싶을만큼 과잉되어 있다. 봉준호 감독의 작품이라는 느낌보다, 잘 만든 헐리웃의 기성품.. 더보기
쏜애플(Thornapple) - 아지랑이 녹아 흐르는 아스팔트 위에 귀를 기울여 들었던 소리 오늘도 지구는 나를 제쳐 두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 따가운 날을 피해서 다니다 만나 버렸던 많은 사람들 어딘가 멀리에, 멀고 먼 나라에 모두 잠을 자러 돌아가 나는 얼마나 더 달아날 수 있을까 너덜너덜 헤진 몸뚱일 가누네 나는 얼마나 더 너의 까만 눈을 견뎌내야 제대로 설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차는 숨을 내쉬며 살아있어 다신 그대와 느릿느릿하게 늘어져 가는 시간을 세어 볼 수 없어도 당신의 체온을 느끼려 해도 여전히 이곳은 나쁜 날씨 좋은 시절들은, 항상 끝이 날까 마음만 잔뜩 커다래져 나는 얼마나 더 살아갈 수 있을까 헤아릴 수 없는 내일이 불안해 나는 얼마나 더 돌아가는 땅을 견뎌내야 제대로 설 수 있을까 나는 지금 여기에 살아있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