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좀비랜드: 더블 탭 (Zombieland: Double Tap , 2019) '좀비랜드' 1편을 좋아했던 이들에게 기분 좋은 팬 서비스로 보이는 속편이다. 완성도는 1편이 더 좋지만, 전편의 캐릭터들을 그대로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적당한 킬링타임용 영화다. 새로 등장한 인물 중에 조이 도이치가 눈에 띄는데, 리차드 링클레이터의 '에브리바디 원츠 썸'에 나오는 그 배우가 이 배우일 줄이야. 빌 머레이는 마지막에 마치 보너스처럼 등장하는데, 1편의 팬에게는 종합선물세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편까지 나오게 될까. 영화 성격상 과잉이 미덕이 될 수도 있겠지만, 강약조절을 조금만 더해도 팬을 위한 킬링타임 무비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가치 있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더보기
카센타 (NAILED , 2019) 2019년 한국영화 중에 가장 지지하고 싶은 영화는 '카센타'다. '기생충'과 '벌새', '메기' 등은 팬층이 두텁고 비평가들에게 관심을 받았다. '엑시트'는 비평적으로는 좀 더 많은 의논이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관객들에게 사랑받은 작품이다. 그에 반해 '카센타'는 비평이나 흥행 면에서 너무 외면당해서 안타깝다. 일단 리듬이 굉장히 기괴한 작품이다. 분명 진지할 법한 부분에도 밝고 경쾌한 음악이 나오기도 한다. 몇몇 대사는 발음 때문인지 잘 안 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지할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박용우와 조은지, 두 배우를 보니 '달콤 살벌한 연인'이 떠올랐는데 분위기는 다르다. 블랙코미디라기에는 코미디의 비중은 썩 크지 않다. 오히려 씁쓸한 부분이 훨씬 많다. 장사가 .. 더보기
헝거 (Hunger , 2008) 마이클 패스벤더와 스티브 맥퀸은 첫 호흡의 순간부터 빛났다. 아일랜드 관련 역사는 찾아볼수록 마음 아프다.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리암 커닝햄이 신부님으로 등장해서 마이클 패스벤더와 대화하는 롱테이크 부분은 의미심장하다. 하필이면 리암 커닝햄이 나왔던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도 아일랜드 독립운동과 관련된 내용이었으니까. 둘의 대화가 작위적일 법도 한데, 오히려 서로 다른 신념의 충돌을 통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졋다. 스티브 맥퀸은 데뷔작부터 몸으로 말한다. 특히 영화 앞부분에 교도관의 일상과 다른 IRA 수감자들의 모습, 수감자를 제압하다가 죄책감에 우는 진압대 멤버를 보여주는 방식이 좋았다. 정답을 내리기보다 거리를 두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게 좋았는데, 데뷔작에서부터 이렇게 거리를 두.. 더보기
잠수종과 나비 (Le Scaphandre Et Le Papillon , 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 , 2007) 나는 줄리안 슈나벨과 그리 맞지는 않는 듯 하다. '잠수종과 나비'는 촬영방식을 비롯해서 흥미로운 부분이 많지만, 플래시백을 안 좋아해서 그런지 썩 와닿지는 않았다. 오히려 원작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마티유 아말릭은 늘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왔는데, 그의 어릴 적 사진들이 나오니 기분이 묘햇다. 등장하는 사진들은 아마 실제 자신의 사진이었을 텐데, 배역에 완전 빠져든 상황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연민은 늘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거리를 두고 보느라 감흥 없이 본 게 아닐까 싶다. 더보기
노예 12년 (12 Years a Slave , 2013) 스티브 맥퀸의 전작들과는 확실히 다른 톤이다. 아무래도 규모가 커지면서 좀 더 상업영화의 문법을 따라야했기 때문일까. 다만 인물의 육체에 집중하면서 감정을 보여주고, 사람에게 신념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말한다는 면에서는 이전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현경 작가의 '사람, 장소, 환대'는 제일 좋아하는 텍스트이고, '노예 12년'도 이러한 프레임으로 봤다. 노예제도는 없다지만 현 시대에 계급이 완전하게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은 사람이기에 존중받아야 한다는 기본적인 명제가 무시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나조차도 스스로를 노예처럼 살았다고 자조적으로 말하는 순간이 있었으니까. 신념이 광기가 되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신념이 없는 사람은 사회 시스템 안에서 금세 노예가 되기도 한.. 더보기
고흐, 영원의 문에서 (At Eternity's Gate , 2018) 오랜만에 본 줄리안 슈나벨의 영화다. 학교에서 교양으로 들었던 드로잉 수업 때 '바스키아'를 보고, 하비에르 바르뎀이 좋아서 '비포 나잇 폴스'를 봤는데 둘 다 내게 큰 감흥은 없었다. 몇몇 장면은 아름다웠지만 전체적으로 내 마음에 와닿는 작품은 아니었다. '고흐, 영원의 문에서'는 이전작들에 비하면 제법 와닿는 구석이 있었다.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내 상황 때문일 거다. 줄리안 슈나벨의 전작들을 다시 본다면 느끼는 바가 많이 다르지 않을까. '바스키아'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윌렘 데포가 짧게 등장하는 장면이다. 길지도 않은 장면인데 왜 그렇게 인상적이었을까. 윌렘 데포는 비중에 상관없이 늘 강한 인상을 남겼는데, 그가 고흐로 등장하니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인사이드 르윈'의 오스카 아이삭이 고갱.. 더보기
엑시트 (EXIT , 2019) 기분 좋게 볼 영화가 필요해서 봤다. 가벼울 거라고 생각하고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생각해서 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류승완 감독의 작품을 제외하고, 제작사 외유내강에서 만든 작품 중에 가장 좋았다. 재난영화인데 영화에 주어진 상황들은 현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은유다. 며칠 전에 본 '메기'와 겹쳐보이는 장면이 많았다. '메기' 속 싱크홀과 '엑시트'의 유독가스는 현 시대의 청춘이 겪는 재난 같은 상황에 대한 은유로 보인다. 게다가 신파나 과격한 피해묘사도 없다. 주인공은 히어로가 아닌 소시민이고, 영화의 해결지점 또한 작위적이지 않다. 이런 설정 하나하나가 사려 깊다고 느꼈다. 과할 때와 절제할 때를 너무 잘 조절한 덕분에 리듬도 탁월하다. 몇몇 부분에서는 울컥했다. 영화가 과잉되었기 때문이 아.. 더보기
나이브스 아웃 (Knives Out , 2019) 2020년의 첫 극장은 역시나 용산CGV다. 아주 멀리 이사를 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용산CGV에서 가장 많이 영화를 보지 않을까. 성인이 된 이후로 스폰지하우스->씨네큐브->메가박스 동대문->대한극장->용산CGV 순으로 많이 간 듯 하다. 이런 캐스팅이 가능한 게 놀랍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2019년 가장 잘 쓴 영미권 오리지널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브스 아웃'도 못지 않다. 오히려 장르적 쾌감에 있어서는 '나이브스 아웃'이 더 낫다. 추리소설 마니아가 아닌 나 같은 이들이 봐도 충분히 흥미로운 장치들이 많다. 좋은 각본에 좋은 배우들이 뭉쳤기 때문에 성공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권선징악의 메시지를 뻔하지 않게, 내내 위트와 긴장감을 섞은 채로 이끌어간다. 후속편도 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