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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연애담 (Our Love Story , 2016)



퀴어라는 특수성을 보편의 감성으로 풀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작업이다.

'연애담'은 그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낸다.

감정적으로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두 배우의 표정을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아비정전'과 마찬가지로 배우들의 눈빛과 표정이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특히 이상희의 표정은 러닝타임 내내 한 사랑의 처음과 끝을 다 보여준다.


영화를 보고나서도 계속 이상희 캐릭터의 표정이 잔상처럼 남았다.

그 잔상에 대해 인스타에 아래와 같이 글을 남겨뒀다.


난 표정이 많지 않아. 네가 보는 나의 웃음 같은 것들, 모두 네가 만든거야. 내 마음이 기억하는 널 흉내낸거니까 네가 만든거야. 
너한테만 보여줄 수 있는 표정이라 자꾸 기다리게 돼. 오직 너만을 위한 표정을 짓고, 넌 웃어. 네가 내게 만들어준 사랑은 그런 방식이야.

단단해보이는 너에게 틈이 있으면 좋겠다. 내가 그 틈에 딱 맞는 크기의 존재면 좋겠어. 
누구나 가지고 있을 그 틈, 너의 틈은 오직 나로만 채워지면 좋겠어. 나의 빈틈은 사랑이고, 네가 채워주고 있으니까. 

멀리서 네가 와. 날 보고 반겨주는 네게 말해.
'안 추워, 하나도'
기다림 안에 네가 속해있으니까.
'힘들었지?'
내가 위로가 되어주고 싶어.
'친구랑 마셨어 술. 친구한테 이야기했어, 여자친구 생겼다고'
자랑하고 싶었으니까. 나의 세계에 너뿐이라, 너에 대한 말밖에 할 수 없으니까.
'자, 이거. 잘 보이고 싶어서'
서툰 내 마음보다는 군고구마의 따스함이 더 잘 와닿을 것 같아서, 품 안에 군고구마도 넣어왔어. 내 마음이 고구마 모양이어도 품어줄 수 있어? 서툴러서 예쁜 마음은 아니지만 맛있을거야. 오직 너만을 생각한 마음이니까.

학교사람들에게서, 같이 살던 룸메이트에게서, 마음을 털어놓을 친구에게서 멀어져가. 다들 사랑을 하라고 하는데, 왜 내가 하는 사랑은 더 많은 것을 잃게 하는거야.

급하게 네가 집에서 내려와. 난처해하는 네게 말해.
'보고 싶어서 왔어'
내겐 네가 유일한 세계니까. 다른 것을 잃을수록 더 맹렬하게 널 떠올리게 되니까.
'차가 끊겼어'
너의 마음과 내 마음 사이에 있는 그 노선이 끊길까봐 그게 가장 불안해. 오늘은 내가 품고 온 군고구마 앞에서도 어두운 표정이잖아.
'왜 아무말도 안 해, 무섭게'
진짜로 끊긴 것 같잖아, 우리 사이가.
'그래도 나 보니까 좋지? 아니야?'
나 모든 것을 잃어도 너만 있으면 된다고 투정도 부리고 싶은데, 이렇게 차가우면 나는 어떻게 해.

너는 잘 알고 있잖아. 결국 네가 오면 난 받아줄 수 밖에 없다는 걸. 
너의 쉼터가 아니라 보금자리가 되고 싶어. 네가 나의 닿지 않는 꿈이 아니라 옆에 두고 볼 수 있는 현실이면 좋겠어.
마치 그 누구나 하는 연애처럼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