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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라라랜드 (La La Land , 2016)

 라라랜드



처음 봤을 때는 범작이라고 느끼고 걸작까지는 아닐꺼라고 느꼈다.

그런데 두 번째 보고 나서는 이 영화는 명백한 걸작으로 느껴졌다.

당시 내 상황은 세바스찬에게 이입하기 너무 좋았으니까.

영화의 좋고 나쁨은 영화의 짜임새만큼이나 나의 컨디션 또한 중요하다.


꽉 막힌 도로에서 운전자들이 다 함께 노래하는 판타지로 영화는 시작한다. 

다들 각자의 꿈과 함께 도로로 나왔을 것이다. 

막힌 도로에서 꾸역꾸역 목적지를 향해간다. 

목적지는 다들 다르겠지만, 우리의 옆을 바삐 지나가는 이들 중에 꿈과 사랑에 대한 사연이 없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서로가 품고 있는 꿈의 결이 달라도 서로 사랑한다면 극복할 수 있다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상대의 꿈에 공감 못해도 사랑하면 된거라고 쉽게 넘어가고, '현실적으로'라는 말이 저 꿈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내심 단정했던 날들. 

'꿈'이라는 단어의 정의조차 다르면서 막연하게 서로를 응원하겠다고 웃으며 바라보던 시간들.

내가 응원하는 당신의 꿈이 당신과 나를 멀어지게 할 것이라는 상상. 그것은 내 범위 밖의 일이다. 
사랑하니 보내준다는 말은 흥얼거리는 노래가사에 불과한, 말 그대로 노래에나 나오는 일. 지나고보니 당신과 나의 사랑은 노래였지만. 
나의 속도와 방향을 바꾸면 우리도 바뀌었을까. 이러한 상상들이 점점 스스로를 병들게한다. 

서로의 꿈에 대해 사랑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신의 꿈이 곧 당신이었으니까. 

당신의 삶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유일한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의 꿈이었으니까. 
내가 당신에게 배려라고 했던 것도, 내가 알던 당신의 꿈도 결국 당신의 일부를 보며 전체라고 믿었던 것들. 

나의 렌즈로 바라본 당신의 파편. 

그것을 당신의 전부라고 의심없이 믿었던,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질소처럼 과장해서 포장했던 시간들.

찰나의 순간에 사랑을 느끼고 다가가서 하는 말들. 

공통점을 하나라도 늘리려고 꺼내는 말. 

취미가 뭔가요. 주말에는 무엇을 하세요. 

어쩌면 이런 물음 이전에 물어야 할 것은 꿈에 대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이 시대가 사랑을 포기하는 이유는 결국 꿈을 통해 자라나는 자기 자신을 잃어가기 때문이 아닐까. 

가진 적이 없어서 잃었다는 말도 우습겠지만.

사랑이 꿈이 되기도 한다. 

이력서에 취미는 사랑이라고 적고, 가장 힘든 순간을 극복한 이야기에 이별 이야기를 적는다. 
사랑을 꿈꾸다 사회에서 튕겨져나온다. 

사랑을 포기하면 사람들은 정신차렸다는 말을 위로처럼 해준다.


사랑 말고는 무엇 하나 명확한 것이 없어서 사랑을 한다. 

내가 그렇게 치열하게 꿈꿔온 꿈이 결국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불안한 나 자신이 확신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기에.
당신의 꿈에 내가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의 꿈에 항상 당신이 있었고 당신도 그럴 것이라고 믿었다. 

나 이렇게 열심히 달려왔어, 자랑하려고 눈을 떠보면 당신이 없다. 

당신도 달리다 눈을 뜨면 내가 없을까. 어쩌면 서로가 가진 꿈이 애초에 서로를 향해갈 수 없었던걸까.

난 당신이 꿈으로 향해가는 길목에만 등장하는 인물. 

당신이 꿈을 이루고 나면 짠하고 등장하는 진짜 주인공을 위해 퇴장한다. 
잠시 암전. 당신의 무대에서 빠르게 빠져나온다. 

다시 불이 켜지면 당신과 나는 서로 다른 무대에서 각자의 연극을 시작한다. 


백지인 대본을 보며 고민하다 당신과 췄던 춤을 춘다. 

정해진 것이 없으면 무작정 당신을 상상하는 습관. 

당신이 당연한 미래를 그리다 혼자가 되었다. 당신과 함께해야만 가능할 것 같던 그 춤을 혼자 추고 박수를 받았다. 
당신 없이 무너질 것이라고 믿었다. 

가끔 무너지기도 하지만 결국 버텨내고 말았다. 

혼자서도 잘해낼 수 있다는 것이 결국 모든 관계를 슬픔으로 마침표 찍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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