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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인 디 에어 (Up In The Air , 2009)

 

내가 꿈꿨던 지점, 걱정했던 비극을 단 한 편의 영화에서 모두 목격했다.

즉, 이 영화에서 삶을 봤고, 체험을 했다.

영화의 메시지도 정말 좋았지만, 이 영화가 보여준 삶의 단면은 누구나 공감할 만큼 보편적이었고, 그러한 장면들에 몰입하는 경험은 세계 전체에 대한 통찰로 이어졌다.

굉장히 영리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파이크존즈의 '그녀'를 봤을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제이슨라이트먼 감독의 전작 '주노'를 보면서 영화의 최고주역은 각본가인 디아블로코디라고 생각했다.

스파이크존즈의 영화인 '어댑테이션'과 '존 말코비치 되기'를 정말 좋아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찰리카우프만의 각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아카데미 각본상까지 받은 '그녀'를 통해 그가 영상에 강한 연출자인 동시에 각본가로도 큰 재능이 있음을 증명했다.

제이슨라이트먼이 원작소설을 몇 년에 걸쳐 각색한 '인디에어'도 마찬가지로, 그가 탁월한 연출자인 동시에 각본가라는 것을 증명하는 작품이다.

 

'인디에어'를 보고 조지클루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최근에는 제작자로서의 조지클루니가 더 대단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인디에어'를 보면서 배우 조지클루니의 매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는데, '디파티드'에서 인상적이었던 베라파미가와 '피치퍼펙트'의 안나켄드릭 두 여배우도 굉장히 매력적으로 나온다.

인생의 풍파를 세 캐릭터의 갈등과 균형을 통해서 정말 밀도 있게 보여준다.

 

매력적인 인터뷰 장면이 들어간 영화를 좋아한다.

이창동 감독의 '시'에 나온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인터뷰 장면은 마치 일반인들의 실제 인터뷰처럼 가슴 벅차게 한다.

'인디에어'에서 해고를 위해 인터뷰하는 장면들은 단순한 해고 이상의, 노동이 가진 가치에 대해 말해준다.

 

자본주의는 많은 직업을 만들어냈다.

해고를 대행해주는 업체조차도 만들어냈다.

감정 관련 노동과 유대를 위탁하고, 심지어 면대면이 아닌 화상채팅을 도입하기도 한다.

이것은 노동이 점점 인간을 기계적으로 보고 비인간적으로 변해간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것이다.

 

기업 입장을 생각해야지, 라고 말하는 시장자본의 논리를 주장하는 인간조차도 그 자본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자본주의 안에서 스스로 던진 화살이 자신에게 돌아올 확률이 굉장히 높은 것이다.

 

진짜 안정감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는 여행이 삶의 최고 목표이고, 누군가에는 안정적인 가정이 목표이다.

기준은 다 다르다.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고 동시에 나의 보금자리가 명확한 사람도 되고 싶다.

하지만 선택은 필요하다.

이러한 질문에 대해 스스로에게 좀 더 오랜시간 물어야겠다고 느꼈다.

실용과 낭만 사이에서 삶의 양식 자체를 미니멀리즘으로 가져가자는 뜻은 거의 굳힌 것 같다.

무소유라는 삶의 철학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영화 '비포선라이즈'보다 훨씬 더 현실적인 여행지에서의 사랑에 대해서 말한다.

여행지에서의 사랑을 일상으로 가져온다는 것이 왜 힘든지 보여준다.

여행지에서의 사랑은 흥미로운 분위기와 적당한 익명성에서 오는 판타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비포선라이즈'는 아예 그러한 부분을 철저하게 인정했기에 멋진 영화가 된 것이다.

물론 '인디에어'는 좀 더 잔인한 방식으로 그 부분을 보여준다.

 

목표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행복에 대해서도.

내가 진짜 행복했던 장면에 대해, 나의 목표에 대해, 영화가 물었던 이야기들에 대해 나 자신에게 물었다.

그 순간 이 영화의 질문은 내 삶에 진입했다.

그렇게 '인디에어'는 내게 잊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