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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세컨드 마더 (The Second Mother, 2015)

 

 

서울극장에서 씨네21 시사회로 봤다.

 

브라질영화는 낯설다.

선댄스와 베를린에서 반응이 좋았다고 하니, 적어도 지루하지는 않겠다 싶었다.

정보없이 본 영화인데, 굉장히 좋았다.

 

내게 있어서 모녀관계는 항상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른 관계에서 느낄 수 없는 유대감과 긴장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엄마에게는 딸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요즘 들어 더 많이 하게 된다.

 

한 집안의 가정부로 오랜 시간 일했던 여자가, 자신과 떨어져 살던 딸을 집으로 데려온 뒤로 생기는 균열에 대한 이야기이다.

지배층에 대한 충성도 높은 엄마와 진취적인 딸 사이에서 생기는 삐걱거림은 거의 독재정권에서 민주화의 태동이 느껴질 때만큼이나 큰 저항의 움직임이다.

가정부로서, 피지배층으로서의 삶의 익숙한 엄마에게 있어서, 자기 존엄성을 지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딸의 움직임은 위태롭게 보이기까지 하다.

자기 존엄성이 계급의 문제보다 아래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시각은 당연한 일이다.

 

시스템 안이, 노예의 삶이 편해지는 순간이 온다.

아니, 그러한 삶의 방식 이외의 삶을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

울타리 속에 너무 익숙해서, 울타리 밖의 자유가 오히려 더 큰 위험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노예가 아니어도 충분히 주체적으로 살 수 있다는 인지를 시켜주는 존재, 즉 주체성을 인지시켜줄 영웅의 등장은 만인의 염원이기도 하다.

 

주인공 여자가 자신을 고용해준 이들의 집이라는 이유로 한 번도 들어가본 적 없는 수영장에 처음으로 들어가서는, 발로 물을 튕기며 딸에게 전화를 건다.

시험을 너무 잘 봐줘서 자랑스럽다고, 나도 이제 수영장에 들어왔다고.

가장 뭉클했던 장면이다.

 

가족에 대한 극이라기보다 계급에 대한 극이다.

배우들의 연기를 비롯해서 모든 면에서 잘 짜여진 드라마이다.

전반적으로 위트 있는 대사와 상황들이 많아서 지루하지도 않다.

 

항상 남을 생각하느라 정작 자기 자신이 무엇을 욕망하는지에 무심했던 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동하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철저하게 기준을 맞추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그런 과정 속에서 자아를 실현하는 이들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되었다.

노동과 자아실현이 맞닿아있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노동환경과 자아실현에 대한 강한 욕구가 함께해야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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