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ovie

판의 미로-오필리아와 세 개의 열쇠 (Pan's Labyrinth, 2006)



주말에 학교 도서관에서 dvd를 빌렸다.
정적인 예술영화는 보나마나 빌려놓고 후회할 것 같아서 좀 화려해보이는 영화를 고르던 중에 '판의미로'를 골랐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평론가인 이동진 님께서는 이 영화에 무려 10점만점에 10점을 주었기에 기대가 컸는데,
특히 판타지적인 요소가 넘쳐나는 영화의 포스터는 영화의 시각적인 화려함을 기대하게 했다.
고3때 친구들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난 뒤에 굉장히 잔인했다고 말했던 것도 언뜻기억나서 적어도 영화보면서 졸 일은 없겠다고 생각해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난 이 영화가 너무 좋았다.
최고였다.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 이후로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펑펑 울었다.
'지구를 지켜라'와 마찬가지로 난 이 영화가 끝난 뒤에 울었다.
영화의 여운이 너무 깊었기 때문이다.




영화스틸컷에는 굉장히 판타지적인 캐릭터들이 많은데 예상했던 것보다 잔인한 장면은 적지만 임팩트가 컸고,
시각적인 판타지는 생각보다 적었고, 서사에서의 판타지적 요소가 컸다.

영화 감독의 연출이야 두말할 것도 없이 최고였다.
영화의 서사적인 요소들이 시각적으로 굉장히 임팩트있게 연출되었다.
소녀의 작은 판타지 하나하나가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순간순간이 나 자신에게도 황홀하게 느껴졌다.
아카데미시상식 때 수상한 부분이기도한 분장,촬영,미술은 내가 여태껏 본 영화들을 통틀어서도 손에 꼽을만큼 훌륭했다.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다.
특히 주인공 소녀의 큰 눈동자는 이 영화에 너무 잘어울렸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눈물 흘릴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나리오 때문이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정말 환상적이다.
'지구를 지켜라'를 볼 때 주인공이 영화 속에서 불행하게 살아가는 것을 계속보다가 엔딩크레딧 부분에서 주인공의 소소한 행복이 스쳐지나가는 데 그 부분을 보면서 불행하게 살았던 주인공이 저렇게 소소한 행복을 누리면서 계속 살 수는 없었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슬펐다. 

'판의 미로'에 경우에는 스포일러성이 워낙에 강한 엔딩이라서 직접적으로 언급은 못하겠지만
소녀의 판타지와 암담한 현실이 대립하는 부분은 '도그빌'만큼 충격적인 엔딩이고, '지구를 지켜라'만큼 슬픈 엔딩이다.
영화의 첫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똑같이 배치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 영화가 끝난 뒤에 관객은 고민을 하게 된다.
'과연 그 소녀는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난 그 질문에 '행복할 것이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소녀가 행복하지 않다면 이 영화는 내게 숨막힐 정도로 슬픈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